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한국에서는 줄여서 흔히'쇼블'이라고도 불리는 이 와인은
전 세계에서 어째서! 소비뇽 블랑의 본토인 프랑스를 제치고
생뚱맞게 뉴월드의 국가 중 하나인 뉴질랜드가 세계의 와인 시장을 주름잡을 수 있었을까?
그 이유를 이 포스팅에서 같이 알아보자 :)
첫 번째 이유. 기후(Climate)
뉴질랜드는 오세아니아 대륙의 위치한, 월드맵으로 보면 가장 남쪽에 위치한 나라들 중 하나이다.
남극과 가깝기 때문에 꽤나 추운 날씨를 가지고 있어 포도가 자라기 쉬운 환경은 아니다.
하지만 포도 중에서도 시원한 기후(Cool climate)를 좋아하는 품종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소비뇽 블랑이다.
또한 뉴질랜드는 지도에서 보이듯이 가늘고 긴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해양성 기후를 가지고 있고
대부분의 빈야드들은 바다와의 거리가 굉장히 가깝다.
낮에는 굉장히 높은 UV라이트를 가지고 있고, 밤에는 추운 온도로 일교차가 굉장히 큰데
이 점이 소비뇽 블랑을 천천히, 길게 익을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
이렇게 자란 소비뇽 블랑은 굉장히 강한 산도(Acidity)를 가지고 있어서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높은 산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 자연환경, 그리고 순수함
뉴질랜드의 천혜의 자연환경은 말해 뭐 하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보존되고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가졌다.
바로 여기서 오는 소비뇽 블랑의 또 하나의 특징은 '순수함(purity)'이다.
이는 뉴질랜드의 쇼블이 굉장히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른 소비뇽 블랑을 생산하는 나라와 비교하면 독보적이게 깨끗한 자연환경으로 와인에 순수함을 담았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맛과 특징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부분인데 이는 다음 세 번째 이유에서 설명하겠다.
또한 뉴질랜드에서는 잡초관리와 가지치기, 잎 다듬기 등에 양을 많이 사용한다 lol 너무 귀엽지 않은가?
뉴질랜드에서 생산하는 모든 와인을 100% 서스테이나블(Sustainable) 와인이라고 하니 과연 뉴질랜드 답다.
서스테이나블 와인이란 생태계를 보전하고, 야생동물과 공생하며, 최대한 자연의 물과 에너지를 이용한 빈야드에서 자란 포도를 이용하여 만든 와인을 말한다.
세 번째 이유. 다른 나라와는 너무나 구별되는 뉴질랜드 쇼블만의 특징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은 모든 종류의 와인을 통틀어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가장 구별하기 쉬운 와인 1위'로 꼽힌다.
그만큼 굉장히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뉴질랜드 쇼블의 특징은 라임, 구즈베리, 복숭아, 아스파라거스, 토마토 줄기, 허브, 방금 자른 풀 등이 있다.
조금 따듯한 지역에서 자란 쇼블은 자몽, 패션후르츠, 망고,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의 특징을 나타낸다.
특히 이 중에서도 바로 이 허브, 방금 자른 풀, 아스파라거스, 토마토 줄기 같은 노트가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소비뇽 블랑과 비교해서 너무나 독특하기 때문에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아주 쉽게 뉴질랜드 산 쇼블이란 걸 맞출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에서 고양이 오줌(Cat pee) 맛이 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소비뇽 블랑에 들어있는 자연적으로 생성된 화학물질인 'thiols'라는 성분이 고양이 오줌에서도 발견되는 성분이라 일리가 있는 말이다.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는 '글쎄...'라는 생각이 좀 들긴 한다 lol
네 번째. 뛰어난 가성비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은 프랑스나 미국 캘리포니아의 소비뇽 블랑보다 평균적으로 가격이 훨씬 낮다.
그렇지만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뉴질랜드가 소비뇽 블랑 시장을 이끄는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뉴질랜드의 쇼블이 싼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스테인리스 발효'이다.
두 번째 이유에서 언급했듯이 '순수함'은 뉴질랜드 와인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이 순수한 맛과 특징을 지키기 위해 뉴질랜드에서는 소비뇽 블랑을 오크통이나 콘크리트가 아니라 스테인리스 통에서 발효시킨다.
스테인리스는 잘 알듯이 무색 무취 무맛의 재료로 와인에 어떤 맛도 추가시키지 않고 변형시키지도 않는다.
뉴질랜드의 와인메이커들은 그들의 와인이 어떤 식으로든 변형되거나 바뀌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발효되어 병에 들어가는 뉴질랜드의 쇼블은 가장 완벽한 형태의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오크통에서 6-12개월 동안 숙성돼서 나오는 다른 와인에 비해 오크통에 들어가는 비용과 숙성시간을 아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값싼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오래 숙성시키면 더 맛있어지는 다른 와인들과는 다르게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은 어릴 때 마셔야 맛있는 와인이다.
주로 생산한 지 3년 안에 마시길 권장하고, 길어도 5년을 넘기질 말라고 얘기한다.
이렇게 빈티지가 어렸을 때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것은 뉴질랜드 쇼블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며 가격을 낮추는데도 일조하였다.
개인적으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모든 와인 통틀어 가장 자주 마시는데 그 이유는 싼 가격에 좋은 와인이 많기 때문이다.
와인을 자주 마시는 편인 나에게 비싼 와인은 한 달에 한번 정도도 마시기 힘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격이 싸면서 좋은 퀄리티에 와인을 찾게 되고 그렇다면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이 항상 최선의 선택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질랜드 소비뇽블랑은 2-3만 원대에서 훌륭한 와인을 찾기가 쉽고, 심지어 만 원대에서도 맛있는 와인이 꽤나 있기 때문에 '가성비'로 따지자면 최고일 수밖에 없다.
반면 프랑스 루아르 벨리나 미국 캘리포니아의 소비뇽 블랑들은 가격대가 꽤나 있어서 4-5만 원 이상은 줘야 훌륭한 와인을 찾을 수 있다.
오늘은 내가 가장 자주 마시는 와인인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설명하느라 흥분되고 재미있었다 👍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가성비 좋고 여름에 가장 마시기 좋은 와인은 소비뇽 블랑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생선회(특히 흰살생선)와 너무나 잘 어울리고 샐러드와도 잘 어울리며
높은 산미가 입의 침샘을 자극해서 음식과 페어링 하기도 굉장히 좋은 화이트 와인이기에 언젠가 한번
'왜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지'에 대해서 꼭 다뤄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얘기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 :)